탐욕의 끝에서 불로초의 전설이 되살아나다, 여섯개의 저주인형 "불로의 인형" 2부


가온은 연백 갤러리의 수석 큐레이터 정! 가! 온! 이였다. 연백갤러리는 한국 최고인 미술관이다. 가온은 그런 미술관의 큐레이터(미술품 관리자)직을 맡고있었다. 그것도 수석으로 말이다. 가온은 연백갤러리 회장하고도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아니... 회장의 미술품 비자금 조정에 깊숙히 관여를 하고 있었는 데.. 그것도 친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회장에게는 미술품이 예술작품이 아니라, 그저 값이 드럽게 비싼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결국 돈으로 본다는 얘기다. 


가온은 몇일 전 부터 명치부위에 심한 통증 느끼고 있었다. 심히 찟어질 듯이 아팠다. 의사가 췌장암이라고 했다. 그리고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도 했다. 가온은 믿을 수 없었다. 지난 삼 십년동안 회장에게 충성을 다하며, 여기까지 올라왔는 데.. 이제와서 암이라고.. 죽고 싶지않았다. 미치도록 살고싶었다. 신이 있다면 소리치고 싶었다. 이제와서 왜 나 한테 이러는 겁니까!!


" 한 십 이 퍼센트 정도?

의사가 말했다. 내가 수술해서 살 확률이 고작 십 이 퍼센트라고?? 어이가 없었다.. 침대에 누었다. 방금전까지 날 괴롭히던 암덩어리가 잠잠해졌다. 진통제때문일까?.. 아님 의사가 오진 한 것이까?..  가온은 그깟 암때문에 죽는 다는 게 믿껴지지않았다. 전화벨이 울렸다. 누가 이 새벽 네 시에 전화를 한 걸까? 


휴대폰에는 " 아.버.지 " 라고 표시되고 있었다. 가온의 아버지는 남사당패 꼭두쇠이다. 꼭두쇠는 남사당패 최고 우두머리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가온은 아버지를 싫어한다. 아니, 증오하고 있었다. 왜냐면 아버지는 가온을 버렸다. 광대놀음으로 역마살이 꼈던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는 날보다 안 들어왔던 날이 더 많았다. 그때문에 대부분 어머지 혼자서 가온을 키워야 했다. 그마저도 가온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는 발 길을 뚝 끊었다. 그후로는 집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추석,설 에도 아버지는 집에 오지않았다. 그때마다 어머지의 눈에는 눈물이 흔건하게 고여있었다. 가온이 아버지를 증오하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그후 10년동안 아버지에게서 단 한번도 연락 온 적이 없었다. 그런 아버지의 전화가 이제야 암 판정 받은 가온에게 울고 있었다. 가온은 받지않았다. 아버지의 증오를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전화벨은 한동안 울다가 멈추었고, 이내 짧게 진동하더니, 문자가 한통 왔단다. 아버지였다.


" 마지막 부탁이다. 설아를 지켜다오. "

참나, 십 년만에 연락한 주제에 마지막 부탁!이라니.. 설아는 또 누구야.. 애인인가? 가온은 문자를 삭제해버렸다. 안그래도 내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망할 암덩어리 때문에 심난한데.. 얼마나 잠들었을까.. 전화는 다시 울고있었다. 이번에는 모르는 번호였다.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가온은 냉정하게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고 끊어버렸다. 도데체 나 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할 수 없이... 아버지의 상갓집에 갔다. 아니.. 그런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을까 궁금했다. 상갓집은 권사평의 저택이였다. 권사평은 국회의원까지 지낸 갑부였다. 권사평은 입이 마르도록 아버지를 칭찬했다. 광대 중에 최고의 광대나 뭐라나;; 장례는 남사당패거리들이 영원을 위한 놀이로 이어졌다.. 밤이 깊도록 놀이는 계속되었다. 어느덧 자정이 넘은 시각, 모두들 피곤했는 지 골아 떨어졌다. 가온은 아버지 영정을 냉냉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원망이 섞인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때였다. 대문이 끼이익~ , 누군가 들어왔다. 달빛 아래 그의 모습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는 거지차림하고 있는 노인이였다. 노인은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말을 남기고 이내 사라졌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인은 낙사, 즉 사고였다. 그런데 노인은 아버지의 사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가온은 영정 뒤에 있는 아버지 사체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사고라고 하기엔 이상한 점이 많았다. 몸싸움 흔적, 인위적인 상처.. 이 모든 걸 종합해 봤을때 노인 말대로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단정 할 수 없지만, 살인인 것 같았다. 


아버지의 집을 찾았다. 집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그냥 잠시 쉬러오는 숙소같았다. 휴대폰을 찾았다. 아버지것이다. 전화목록엔 단 하나의 전화번호만 있었다. " 경일슈퍼 " 참나, 슈퍼아주머니가 애인인가? 전화를 걸었다.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가 받았다. 


" 아버지! "

어린 목소리는 가온의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당신 누구야! 가온을 소리쳤다. 그러자 전화가 끊어졌다. 다시 전화를 걸자 이번엔 나이가 든 아줌마 목소리였다. 아줌마는 그 아이가 설아라고 했다. 역시 가온의 아버지가 설아의 아버지였기도 했다. 즉, 가온에게는 이복 여동생까지 생긴 것이다. 아버지가 남긴 설아를 부탁한다는 메세지의 그 설아가 이복동생일 줄은 큰 충격이였다. 


설아는 경일슈퍼 안에 있는 방에서 세들어서 살고 있다. 아버지가 삼 년전에 이곳으로 대려왔다고 아줌마가 말했다. 설아가 있는 방에 들어서는 순간 가온은 놀라지않을 수가 없었다. 털실로 뜨개를 한 털이 방안을 온통 메우고 있었다. 설아에게는 자폐증 증세가 있었다. 뭔가 한 곳 집중하지않으면 안정을 할 수 없었다. 그게 뜨개였다. 또 대인기피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설아가 가온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오빠~ 라고 불렸다. 마치 핏줄을 알아 본 듯이 가온에게는 기피가 없었다. 설아는 횐 고운피부를 가진 미인이였다. 스무살인 설아의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다. 가온은 이복동생을 보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지금 내 걱정으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데.. 거기에 증오하는 아버지 자식이라니... 


설아는 방을 나갈려는 가온을 붙잡았다. 그러곤 방안 한 곳을 가리켰다. 거기엔 옷장이 있었는데.. 옷장을 치우니, 자그만한 문이 나타났다. 그 비밀의 문은 다락방으로 연결되어있었다. 다락방에는 남사당패에서 쓰는 인형들이 널려있었다. 설아는 그곳에서 한 상자를 찾았다. 상자는 고급스러웠다. 고미술품 감정사 자격증이 있는 가온에겐 아주 귀한 상자로 보였다.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에는 괴기스럽게 생긴 꼽추 인형 하나와 초대장이 있다. 인형은 족히 몇 천년 전에 만든 것 처럼 보였는 데.. 괴상하게 생긴 얼굴과는 달리 귀한 인형이였다. 초대장은 삼우회란 곳에서 왔다. 장소는 중국, 날짜는 열흘 뒤였다. 가온을 문득 권사평의 말이 생각났다.


" 남사당패에는 꼭두쇠에게만 전해내려오는 물건이 하나있다. 혹시 자네가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가? "

이게 그 물건인가?... 가온은 인형이 든 상자를 가지고 나섰다. 그런데 슈퍼는 조용했다. 그러고보니, 크게 짖던 개들이 없어졌다. 가온은 왠지모를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불길한 예감은 왜 이렇게 잘 맞는 걸까? 가온이 슈퍼를 막 나서려던 순간! 괴한이 덮쳤다. 괴한은 가온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 인형은 어딨어? "

괴한은 아버지의 인형을 찾고 있었다. 칼을 목에 닿자 피가 흘려내리고 있었다. 순간! 괴한이 꼬꾸라졌다. 설아였다. 가온은 설아의 손을 잡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 도데체 그 인형이 뭐길래? 목숨까지 걸어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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